최근 삼성전자가 8년만에 애널리스트데이 행사를 개최하였습니다. 펀드매니저 및 애널리스트 약 400명을 대상으로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참석자의 절반 정도는 외국인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였고 나머지는 내국인이었습니다.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밝히는 중요한 자리이니만큼 삼성전자 주요부문의 총괄사장이 모두 참석한 대대적인 행사였습니다.
이 행사에서는 삼성전자의 부회장을 비롯한 사장단들이 직접 단상에 올라 회사의 전략 등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유창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사전에 쓰여진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상황상황에 맞게 농담도 섞어가고 질의응답도 모두 영어로 응대했습니다.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에, 절반 이상의 참석자가 한국인인 상황에서 영어가 공용어가 된 것입니다.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이 뉴스는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영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멋있게 보여준 사례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대부분이 자녀들의 영어공부에 집중합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왜 영어에 몰입해야 할까'라는 목표를 명확하게 갖고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영어공부를 통해 꿈꾸는 미래가 확연한 모습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학생들이 열심히 하니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는 외국사람과의 교류가 더 많아질 것 같으므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해외여행의 편의를 위해 등등의 막연한 생각을 목표라고 생각하고 영어공부를 하거나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막연한 생각으로 하는 영어공부와 삼성전자의 사장들이 했던 것처럼 한국사람 반, 외국사람 반의 400명 앞에서 유창한 영어로 자신과 자신의 회사에 대해 설명하는 확실한 모습을 목표로 하는 영어공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꿈도 그렇지만 확실한 모습을 그리고 그 모습을 반드시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것과 막연한 무엇을 생각하고 하는 노력은 영어공부에서도 매한가지라는 것입니다.
우리 자녀가 외국인을 만났을 때 영어로 소통하는 것을 볼 때도 흐뭇함을 느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최종 목표가 되면 자녀의 영어공부는 그 수준에 도달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자녀가 미래의 어느 날 한국인 반, 외국인 반의 400명, 아니 4,000명, 40,000명 앞에서 당당히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해 유창한 영어로 설명하고, 그 어떤 질문에도 자유자재로 대답하고 좌중을 휘어잡는 영어를 하는 모습을 볼 때 더 큰 감동과 자부심이 일지 않을까요? 그런 영어를 하는 우리 자녀의 미래 모습을 확실히 그리고 그것을 자녀의 생생한 목표로 제시할 때 우리 자녀의 영어는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어공부를 왜 하지 않느냐고 채근하고 닦달하는 것보다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생생한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자녀의 영어 공부에 대한 부모의 역할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