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국내 직장인 244명을 대상으로 직장 따돌림 소위 왕따에 대한 조사를 하였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9명(86.6%)은 따돌림을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는 유사한 주제로 사람인이라는 회사가 직장인 974명을 대상으로 ‘왕따 당하는 유형’을 조사하였습니다. 이 조사에 의하면 1위는 눈치없고 답답한 성격을 가진 사람(34.4%, 복수응답)이 차지했습니다. 이어 말로만 일하는 사람(30.8%), 업무능력이 너무 떨어지는 사람(30.1%), 조직에 어울리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24.6%), 조직(팀)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22.1%), 잘난 척이 심한 사람(21%), 동료 사이에서 이간질하는 사람(20.3%) 등의 순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결과를 유추해 보면 응답한 사람들은 자신은 왕따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왕따를 당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하는 사람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있다는거죠.
그런데 그와 다른 관점의 질문에 대해서는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합니다. 왕따를 당한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에 대해서는 나 몰래 대화를 나눌 때(57.2%, 복수응답)가 가장 많이 그리고 뒤이어 나에 대한 뒷담화를 들었을 때(53.1%), 회식 등 내부 모임 소식을 혼자 모를 때(34.7%), 인사를 자주 무시당할 때(25.6%), 심부름 등 잡무가 주로 나에게 주어질 때(20.8%) 등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왕따를 당하는 사람이 문제가 있다는 식의 유형에 관한 질문에 대한 응답과는 다른 응답입니다.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가 몰래 얘기하거나 뒷담화를 하거나, 내부 소식을 배제하거나 등등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응답인거죠. 결국 왕따에 대한 이중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체적으로 누군가를 따돌림을 할 때는 그 사람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우리가 당한다고 느낄 때는 다른 사람이 우리를 무시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입니다. 이는 왕따를 당하지 않겠다는 강한 바람이 지나치게 작동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왕따를 당하고 싶지 않다는 예민한 반응이 특별하지 않은 것에서도 왕따 당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그런 상황을 수동적으로 맞기 보다는 선제적인 행동으로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죠. 그리고 자신의 이러한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왕따 당하는 사람에게 그럴만한 책임이 있다고 낙인을 찍는거죠.
그 누구도 왕따를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이는 누구나가 갖는 근본적인 욕구입니다. 근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이기에 갖는 당연한 것입니다. 모두가 이 근본적인 욕구에 관한한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 욕구가 근본적이고 그것의 충족이 집단생활의 기본적인 전제가 되듯이 다른 사람의 욕구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것이 모두의 의무이자 집단을 유지하는 원천적인 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몇몇의 조사에서 보듯이 자신의 기본적인 욕구는 중시하면서 다른 사람의 그것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훼손하고 있습니다. 일시적으로는 왕따를 당하는 부류에 자신이 들지 않아 안도감을 느낄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회, 특히 직장은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할 때 목표로 하는 과실이 커지고 그 과실에 대한 내가 향유할 몫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왕따라는 이름으로 집단의 구성원간에 갈등이 있을 경우, 그리고 그것이 크고 깊을수록 내게 돌아오는 피해는 더 커지게 됩니다. 직장에서 왕따를 당하면 이직을 고민하고, 자신감을 상실하며, 업무능률이 떨어지고, 심하면 불면이나 우울증 등의 질병이 발생하고 평소에도 성격이 예민하고 날카로워지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우리 직장에 있는 경우, 그가 짊어져야 할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과 노력만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우리 자신을 위한 과실은 맺지 않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