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라는 단체에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남자 120명, 여자 836명, 총 956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여러 가지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할 생각인가’였습니다. 이 질문에 남성은 45%가 지금의 아내와 ‘꼭 다시 결혼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여성은 19.4%만이 지금의 배우자와 다시 결혼하겠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와 다른 각도로 ‘절대로 지금 배우자와 결혼하지 않겠다’란 질문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남자는 단지 7.5%가 지금 아내와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는 반면, 여자는 18.9%로 남자의 응답보다 2배가 넘었습니다.
결혼생활에 대한 또 다른 질문으로 '결혼 전과 비교해 당신의 삶은 더 행복해졌나'도 있었습니다. ‘아주 그렇다’고 강한 긍정을 보인 남자는 39.2%였던 반면 여자는 19.4%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라고 대답한 경우도 남자는 2.5%, 여자는 6.7%였습니다. 결혼이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하는 남성에 비해 여성은 절반임에 비해 결혼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는 여자의 답변은 남자의 2.7배나 되었습니다. 남자에 비해 여자가 훨씬 결혼으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결과입니다.
결혼생활은 남자와 여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데 왜 여자가 더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조사에서 여자들이 결혼생활에서 어렵다고 느끼는 것들을 보면 단초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임신과 육아의 고충(24.3%), 남편과의 성격차이(23.2%), 시댁이나 친정과의 갈등(21.5%) 등이 여자가 결혼생활을 어렵다고 느끼는 요인들이었습니다. 임신과 육아에서 기대한 만큼 남자들의 충분한 협조를 얻지 못하는데다가 성격차이 그리고 양가를 둘러싼 문제가 그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요인들인 것입니다.
갈수록 사회는 여자들에게 사회생활과 가정에서의 임신과 육아를 균형있게 잘 다루는 초인을 요구합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남자들도 과거와 달리 가정생활에 일조를 하라고 강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남자들이 과거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가사에 참여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한다고 하는 가사에의 일조가 여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조사에서 여자들이 결혼생활에서 어렵다고 느끼는 첫 번째 요인으로 거론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두 번째로 거론된 요인입니다. 성격차이가 그것입니다. 첫 번째 요인인 임신과 육아의 고충에 불과 1%의 차이로 두 번째 요인이 되었지만 실제적으로는 이것이 여자들의 결혼생활에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더 근본적인 요인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신과 육아에 따른 고충 중에서 임신은 어쩔 수 없다손치더라도 육아는 남자와의 역할과 관계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세 번째 요인인 시댁과 친정과의 갈등 역시 남자와의 역할과 관계 즉 범용적으로 성격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맞춰 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자들이 거론한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을 떨어뜨리는 요인 세 가지 모두가 결국은 남자와의 성격차이를 극복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라는 것이죠.
성격은 대체로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쉽게 고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어떤 갈등이 벌어지면 우리는 스스로를 보기 전제 다른 사람의 성격 탓을 먼저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타고난 내 성격을 어떻게 고치느냐?’고 하면서 네 성격이 문제를 야기한 원인이라는 태도 말이죠.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자신의 성격은 안고쳐지는 것이라는 전제로 상대에게만 고치라고 강요하는 것으로는 이루어질 수도 유지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많이 들어본 얘기이지만 결혼생활은 상대와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것은 그래서 나온 당연한 진리인거죠.
우리 여자들이 꼽은 결혼생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인 성격차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우리 여자들은 성격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남자만 자신의 성격을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요? 원래 날 수 밖에 없는 성격에서의 차이를 줄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그 과정을 어떻게 배우자와 공유할까요?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우리 여자들은 하고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