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공통된 하나의 콤플렉스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바로 ‘영어 콤플렉스’가 그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몇 가지가 원인이 아닌가 추정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급격하게 진행된 글로벌화에 따른 영어사용의 기회가 많아졌지만 중학교부터 10년 이상 영어를 배운 실력으로 대화가 안됩니다. 반면 초기 해외유학으로 영어구사를 잘 하는 사람들이 사회의 지도층이 되고, 기업에서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승진이 빠른 경향 등이 아마도 이런 콤플렉스의 원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10년 넘게 영어를 배웠음에도 대화가 되지 않는 분명한 사실에 자괴심이 생기고 그것이 콤플렉스로 진화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콤플렉스 갖게 된 부모들 대부분은 자녀들만큼은 이러한 콤플렉스를 안고 살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녀의 영어 교육에 기꺼이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입학하기 전인 유아기부터 영어 유치원에 자녀를 보냅니다. 영어관련 비디오, 도서, 게임기를 사주고, 영어 방송을 시청하도록 강요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들어가면 영어학원은 필수가 되고, 여유가 되면 과외를 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혹시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다른 아이를 보면 우리 자녀가 뒤쳐졌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책망합니다. 이쯤되면 최단기에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조기유학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 동안 우리 사회에 영어 조기유학 붐이 있었습니다. 2006년도 한 해 조기유학을 떠난 학생 수가 3만명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조기 유학의 숫자가 최근 줄고 있다고 합니다. 2006년 정점에서 점차 줄어 2011년에는 1만 6천 5백명으로 약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분석이 조기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온 후의 부적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녀 교육의 최종 목표는 일류대학 진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교교육이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추어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조기유학을 다녀와서 중학교나 고등학교로 되돌아가면 유학시의 생활이나 환경과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게 됩니다. 과목이 모두 대학 입시 위주로 편성이 되어 있어 이전 유학 시 배웠던 관점과 많이 다릅니다. 수학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영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기유학으로 영어회화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신장이 되었지만 수능 준비는 회화보다는 독해력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조기유학으로 얻은 것이 있는 반면 일류대학을 가기 위한 준비는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결국 영어로 유창한 대화는 할 수 있었지만 자녀 교육의 궁극적 목표인 일류대학 진학에는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된 것입니다.
물론 외국학교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의 자율과 우리나라 학교에서 횡행하는 방종에 가까운 자율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도 있습니다. 이 역시 매우 중요한 이유지만 이 부분은 다른 기회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영어에 국한하여 보면 조기유학을 결심할 때의 기대와 되돌아와 맞게 된 현실은 많이 다른 것이 이러한 추세를 보이는 주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간의 공부에도 영어로 대화를 못한다는 부모의 콤플렉스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보낸 조기유학이 또 다른 부모의 콤플렉스인 ‘일류대학 콤플렉스’를 유산으로 물려주고 있는 형국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조기유학,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 그늘도 있음을 이해하고 언제 어떻게 보낼까 깊은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