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잘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난제입니다. 자녀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무조건적 내리사랑’에도 불구하고 엄격함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자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해주고 싶지만 마냥 그럴 수만은 없다는 당위가 존재합니다. 자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줄 수 없는 환경적인 영향도 있지만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성숙한 주체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무리 원해도 자녀 인생 전시간을 함께 할 수 없다는 물리적인 한계 때문입니다. 자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많고 그럴 때 자녀는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부모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고 더불어 산다는 것은 절대자유가 아닌 상대자유가 전제로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장기 자녀를 교육하면서 자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이면에 어떤 것은 안된다는 선긋기를 통해 한계를 깨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에 대해 어디까지 선긋기를 하고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 해주고 싶은 기본적인 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선긋기의 한계를 가르쳐야 하지만 그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죠.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이 주는 절대자유에 대한 만끽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사람과 한계를 가진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상대자유를 동시에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자칫하면 자녀에게 혼동을 초래하고, 독립된 성숙한 인격체로의 성장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고, 그런 자녀를 보는 부모는 자괴심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의도는 좋으나 결과가 원하지 않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어떻게 해야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상대자유에 대한 선긋기를 가르칠 수 있을까요?
많은 조언 중에서 최근 아동심리학의 고수라고 하는 숙명여대의 유미숙교수가 제안한 ‘수용’과 ‘허용’을 공유합니다. 유교수에 의하면 자녀를 교육하는데 있어 ‘수용’과 ‘허용’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멀리서 기차가 오고 있는 철길 앞 신호등에서 아이 손을 잡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가 그걸 모르고 앞으로 가려고 한다고 할 때 보통 부모는 어떻게 할까요? 그에 의하면 “대부분 부모는 아이 손을 확 잡아당길 거다. ‘기차가 오는데 앞으로 나가면 어떡해?’라고 야단을 친다. 여기에는 아이의 생각에 대한 수용 과정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 수용은 어떤 것일까요? 그에 의하면 이 경우 “엄마가 이렇게 말하면 된다. ‘으~응, 얼른 집으로 가고 싶구나. 그런데 기차가 오니까 지금 건너면 위험해.’ 우선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엄마가 알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표현해 줘야 한다. 아이의 행동 밑에 깔려 있는 욕구를 읽어주는 거다. ‘네가 어떤 이유로 이렇게 한다는 걸 엄마가 알고 있단다’라고.”
이렇게 자녀의 욕구를 수용하면 아이로 하여금 부모에게 신뢰감을 갖게 만든다고 합니다. ‘엄마•아빠가 내 마음을 아는구나’라고 말이죠. 자녀는 부모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왜 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신뢰감이 갖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자녀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수용은 자녀가 왜 그걸 하고 싶은지 부모가 알고 있다는 걸 표현하는 것이지 받아들이는 허용은 아닙니다. 그에 의하면 “자녀의 욕구는 100% 들어준다. ‘아하, 네가 이런 이유 때문에 이걸 원하는구나’라고 말이다. 그게 수용이다. 가령 할머니 생신 모임에 가려고 차를 타는데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한다. 그럼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그러지? 할머니께서 기다리시니까 지금은 가야 해’라고 말해야 한다. 수용은 하지만 허용은 하지 않는다.”라고 차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용은 하되 허용은 하지 않는 것은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더불어 살아가면서 존중받는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시키기 위함입니다. 그에 의하면 “허용은 사회적 규범과 도덕, 윤리의 울타리 안에서 가능하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너와 나, 그리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녀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이 수용이라는 형태로 욕구의 파악에 있다면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선긋기는 허용 여부로 알려 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용은 하되 허용은 상대자유를 감안하여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자녀에게 준중받는 성숙한 인격체가 되도록 가르치는 것이죠.
자녀에 대한 무한적인 사랑은 자칫하면 수용과 허용을 혼동하여 모든 것을 다 해주어야 한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자녀에게 엄격함을 가르친다고 수용이 전제되지 않는 허용에만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자녀의 욕구에 대해서는 수용을 통해 이해했음을 알리되 그 욕구에 대한 허용은 상대자유를 감안하여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가르침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