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수업태도가 나빠졌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왜 등교를 하였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태도가 좋지 않은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물론 수다를 떨고, 수업에 집중하려는 학생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고의성 다분한 질문과 행동으로 선생님의 수업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다른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의 존재를 무시하는 언행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등교하고, 수업시간에는 선생님의 얘기를 한 자라도 놓칠세라 집중하던 어릴 적 우리들의 수업시간과 비교하면 작금의 모습은 이것이 과연 학교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수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전달받는 시간이 아닙니다. 수업은 학교생활의 핵심 중의 핵심이고, 학교생활은 지식인만을 육성하는데 그 존재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 성숙한 사회인을 육성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학교생활의 핵심인 수업시간은 단순히 지식에 국한하여 조망하고 관리하면 안됩니다. 지식은 부차적인 것이고 더 근본적인 것은 성숙한 사회인으로서 학습을 하는 장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수업시간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선생님을 포함한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본인이 수업에 집중을 하지 않는 것도 학생으로서 문제이지만 이것까지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선생님을 포함한 다른 친구들의 성스로운 학습권에 침해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학생이면 수업시간에 가져야 할 가장 근본적인 책임이자 도리입니다.
수업이 시작되고 조금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갑자기 ‘XX년, 좋아하네…어쩌구 저쩌구…’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학생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물어 보았습니다. 여전히 외면합니다. 몇 번을 더 물었더니 그제야 한다는 말이 ‘왜요?”였습니다. 지금 무슨 언동을 한 지 아느냐고, 수업 분위기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지 아느냐고 물어도 ‘그게 어때서요?’라는 응대가 전부였습니다. 양보를 해서 그러한 언사는 친구지간에 할 수 있는 것이라 해도 수업시간에 해서는 안되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로는 다른 학생들의 아까운 수업시간도 저해한다는 생각에 당해 학생을 교무실에 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나가면서 문을 세차게 닫고 나갔습니다. 잘못은 모르고 반항을 그대로 표출한 것입니다.
수업 종료 후 교무실에서 상담을 했습니다. 어떤 일로 지금 교무실에 와있는지 물어도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릅니다. 일방적인 지적 보다는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 교육의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하여 계속 질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욕설을 한 것도, 수업을 방해한 것도, 다른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의 존재를 무시한 것도, 잘못에 대한 인정 없이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도…
그래서 학생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존재가 부모라고 생각해서 부모에게 연락합니다. 하지만 앞서의 상황에도 부모는 문제적인 차원에서 우려나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왜 학교가 그런 곳에 신경을 쓰느냐는 듯한 반응만이 되돌아 옵니다. 다른 학생이나 선생님이 받았을 자존감에 대한 상처는 헤아리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자녀의 안위만을 걱정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민주적인 환경에서 성장해왔다는 것, 부모 각자가 집중해야 할 바쁜 생활이 있다는 것, 필요한 지식을 학교가 아닌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 인격적 도야가 학습의 중요한 목적이 아닌 것, 지식만으로도 사회적 상층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 학생과 선생님이 과거와 같이 사제지간이라고 부르던 밀접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 선생님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관점이 바뀐 것 등등.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학교에 대한 인식변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과거 부모들은 학교를 성숙한 인격체를 도야하는 유일한 공간으로 존중하였습니다. 선생님과 합심하여 자녀를 인격이 갖춰진 예지인으로 만들기 위해 관심과 참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인식이 확연히 바뀌었다는 것을 교육현장에서 느낍니다. 더불어 사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지식인만을 양성하는 곳으로 기대가 변질되었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성장기 학생에게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학교, 선생님 그리고 수업시간에 대한 인식이 이런데 학생이 다른 인식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부모의 인식이 고스란히 학생에게 전달되고 이것이 학생들의 가치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엄연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문제냐는 태도를 보입니다. ‘왜요?’, ‘그게 어때서요?’를 남발하면서 말이죠. ‘왜요?’, ‘그게 어때서요?’는 형식만 다를 뿐 부모와의 대화에서도 느낀 그대로의 응답입니다.
이런 태도가 체화된다면 과연 미래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곳에서 이런 학생이 인정받는 사람이 될까요? 성장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체험하는 수업시간에 자신의 의무를 망각하고,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과 도리를 일탈하고,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무시하고, 잘못에 대한 지적에 여과없이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을 정당하다고 믿고 행동하는 사람이 미래의 사회에서 존경, 아니 존중이나 받을까요? 이것이 학교에 보내 수업을 듣게하는 부모가 바라는 진정한 교육의 목적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