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고용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2012년 OECD국가들의 연령별 고용률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25∼54세의 고용률은 74.7%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6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55∼64세의 고용률은 63.1%로 회원국 중 8위, 65세 이상은 30.1%로 아일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고용률 순위가 높아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나이가 들면 은퇴를 하고 비교적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이 되어도 일을 계속하는 비율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노령인구의 취업이 ‘일’이 좋아 자발적으로 하는 형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늙어서도 일을 하는 것은 건강유지나 사회생활 지속과 같은 긍정적인 원인이 아니라 빈곤이 가져다 준 어쩔 수 없는 결과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8.6%로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이는 OECD 국가의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습니다. 65세 이상의 나이에도 일을 하는 것은 노인들이 처한 절대적인 빈곤 때문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엇보다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한 공적연금제도가 제공하는 연금이 노후 생계 유지에 턱없이 모자랍니다. 거기에 과거 한 직장에서의 정년퇴직으로 받았던 퇴직금이 충분히 노후대비를 가능하게 했지만 상황은 변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조기퇴직과 더불어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져 이직이 잦아졌습니다. 거기에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에 탄력적 고용정책이 시행되면서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 비율이 더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더 이상 퇴직금이 노후를 위한 보장이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퇴직금으로는 아니지만 장년층까지의 근로에서 수령한 소득의 일부를 노후 대비를 위한 자금으로 저축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은 소득의 상당부분을 자녀 교육에 우선 집행합니다.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기 이전에 자녀의 교육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지요. 자신들의 생활보다도 자녀의 교육을 우선시 합니다. 자신들은 어렵게 살아도 자녀만큼은 자신들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겠다는 소명의식에 의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소명의식은 부모인 자신의 현재 및 미래보다도 자녀의 미래를 위한 교육에 투자함으로써 실현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살다보니 자신들의 노후에 대한 대비도 없이 어느새 노령이 되는 것이지요.
대비는 없는 상태에서 과거와 같은 일자리는 더 이상 없고, 모든 것을 쏟아붓다시피 하여 교육을 시켜놓은 자녀들은 직업을 얻지 못하거나 부모가 했던 역할에 감사나 보답은커녕 부모를 경원시하는 노후를 맞게 되는 것입니다. 거기에 이전보다 더 늘어난 수명은 빈곤한 노령생활의 기간을 길게 만듭니다. 소득의 원천은 없거나 줄어드는데 시간은 늘어나니 빈곤한 노후생활은 악화가 됩니다. 결국 낮은 임금으로라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몰리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노령에 맞이할 수 밖에 없는 피폐해진 현실을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의 구조와 지금의 생각을 고쳐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부모 스스로의 황혼을 위해서 그렇습니다.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존엄있는 삶을 누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둘째, 경험을 가진 노년이 해야 할 사명으로서 다음 세대에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무엇인가를 남기기 위해서는 생계에 천착해야 하는 지경을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녀의 심적 평안함을 위해서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아름다운 황혼생활에서 심적 평안함을 느낍니다. 한평생 자녀를 위해 살았다해도 부모의 마지막이 자녀에게 한으로 남으면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황혼을 멋지게 보냄으로서 남겨질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