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부 3쌍 가운데 1쌍은 하루에 30분도 채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전국 기혼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른 것입니다. 부부가 하루에 평균 몇 시간이나 대화를 하느냐는 질문에 32.9%가 '30분~1시간'이라고 답했습니다. '10~30분'이 29.8%, '10분 미만'은 8.6%로 합하여 38.4%의 부부가 하루 30분도 대화하지 않는다고 응답을 한 것입니다. 반면 1시간이상 대화 부부는 28.7%에 불과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밥 먹을 때(58.8%)'가 가장 많고, 이어 '잠자기 전(21.5%)', '주말(14.0%)',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5.7%)' 등의 순이었습니다. 대화의 주제로는 '자녀 교육과 건강(40.0%)'이 1순위였고, '기타 가정일(28.2%)'이 두 번째였습니다. '부부 문제(14.7%)'나 '친구•직장생활(14.2%)’ 등 부부 당사자에 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매우 드물게 나왔습니다.
배우자에게 '사랑한다'는 애정 표현이나 '최고다'•'예쁘다'•'멋있다'•'고맙다' 등 칭찬과 격려의 말을 얼마나 자주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50.4%가 "가끔 기분 좋을 때 한다”라고 답했습니다. '거의 매일' 하는 경우는 25.9%뿐이었고, 거의 안하거나(19.8%), 한 적이 없다(1.4%)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50대와 60대 부부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각각 50.0%, 61.9%로 반을 넘었을 정도로 나이가 들면 애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조사를 주관한 교수는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한 마디로 "부부간 대화를 늘리려면 20대에는 TV•스마트폰 사용 자제, 30~40대에는 가정 친화적 직장문화, 50~60에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부로 시작되는 가정의 첫 번째 목적은 그 가정 구성원들의 행복추구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 행복추구는 구성원 상호간의 원활한 대화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행복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서는 물론 그 결실에 대한 공유로서도 대화가 근본이라는 것이죠. 왜냐하면 대화 없이는 아무리 가족이라도 나와 다른 주체의 모든 것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정의 기초단위인 부부의 연을 맺을 때 모든 주위의 사람들이 그들에게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부부 본인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앞선 조사처럼 우리나라 부부들은 그다지 많은 대화를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당면 문제에 대한 대화는 물론 사랑표현도 잘 하지 않습니다. 부부 당사자들과 관련한 대화나 사랑 표현은 두 사람을 특별한 관계-부부로 만들게 한 근본적인 요인임에도 그렇습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 중에서 두 사람을 특별한 부부로 만든 것은 두 사람과 관련한 대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의 상당부분이 애정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두 사람과 관련한 대화나 애정표현은 매우 드문 일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조사에서처럼 일반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고 개별 부부의 특별한 사정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이유이건 분명한 하나의 사실은 이러한 부부간의 관계는 자녀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모든 부부는 자신들 사랑의 결실인 자녀만큼은 더 사랑받고 더 행복한 삶을 구가하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이것이 모든 부부가 갖는 인생 궁극의 목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궁극의 목표인 자식들의 행복한 삶은 부모들의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인생에서 배우는 첫 번째 모델이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어떤 관계를 갖느냐, 어떤 대화를 갖느냐에 따라 자녀의 세상사람들에 대한 관계맺기가 달라지는 것이죠. 결국 부부가 연을 맺어 추구하던 삶의 의미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그들 인생 궁극적인 목적을 위한 삶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 부부간의 대화이자 사랑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부부간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그리고 자녀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대화를 복원해야 할 때입니다.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연습과 습관고치기가 필요합니다. 앞선 조사를 주관한 교수의 전반적인 제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대에 고려해야 할 TV나 스마트폰 사용 자제나, 30~40대의 가정을 우선하는 직장생활, 그리고 50~60대의 대화 기술은 모두 연습과 습관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들인거죠. 이제 연습과 습관을 통해 부부 스스로의 삶도, 그리고 그 삶을 통해 배우는 자녀들의 삶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