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빠가 자신의 아파트 13층에서 5살난 아들과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충청도에서 발생했습니다. 부모가 자신들의 어린 자녀와 함께 자살했다는 소식을 우리는 적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이런 안타까운 소식은 더 많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일 년에 약 40건 정도 부모가 어린 자녀와 함께 자살을 한다고 합니다. 부모들의 극단적인 선택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꽃도 펴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어린아이들의 죽음은 우리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러한 비극의 원인을 우리사회의 그릇된 가족문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부모의 관점에서 자녀를 자신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잘못이라는 지적입니다. 서구사회의 경우 부모와 자녀의 심리적인 분화가 빨리 이루어지는 반면 우리는 늦게 나타나거나 불완전한 상태로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완전한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하는 사구사회 부모에 비해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를 자신들의 종속적 단위로 인식한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생활고와 가정불화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자녀도 함께 고통 받고 있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면 자녀의 인생도 끝났다고 생각하고 자신과 함께 가야 할 존재로 인식하여 동반자살이라는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죽음을 동반자살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살은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선택이어야 하지만 부모에 의한 어린 자녀의 죽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은 선택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너무 어려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결국 동반자살이라는 용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filicide)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구사회에서처럼 자녀살해라는 관점에서 범죄 혹은 병적인 현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가정 내 문제로 축소지향적으로 보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해도 사회적인 이슈로 다루고 재발방지를 하기 위한 공론화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자녀를 살해한다는 생각과 자녀가 살아나갈 시련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함께 자살한다는 시각 차는 매우 크고 다릅니다. 삶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신의 생을 포기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살인이라고 생각하면 지금처럼 쉽사리 행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이 우선한다면 남아있을 자녀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확률도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인생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극단적으로 선택하는 자살에서 어린 자녀를 함께 하는 것은 분명 살인이고 죄악입니다. 하지만 자녀가 부모의 일부라고 인식하는 한 쉽게 없어지지 않을 현상인 것 같습니다. 자녀를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할 때 이러한 불행한 상황은 없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동반자살에서뿐만 아니라 자녀와의 올바른 삶 속에서도 꼭 필요한 부모의 인식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