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영어를 실용영어 중심으로 바꾼다는 뉴스입니다. 중국 교육부가 2016년부터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서 문법과 독해 등 입시위주의 영어에서 탈피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실용영어 구사 능력을 강화하는 내용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영어교육의 흐름도 실용영어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의 영어학습 인구는 4억명에 달합니다. 13억5000만명 전체 인구 중 약 30%에 가까운 인원이 영어를 배웁니다. 따라서 영어교육 시장 규모는 463억위안, 우리 돈으로 약 8조4000억원에 이를 정도입니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영어교육이 여태껏 우리나라에서도 했던 것처럼 입시위주였다고 합니다. 시험 성적은 좋을지 모르지만 실제 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었던거죠. 그런데 이러한 영어교육방식이 글로벌 환경에 크게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대입 수학능력시험부터 바꾸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영어로의 대전환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영어학습에 대한 정책 전환은 낯설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아니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실용중심으로 영어교육을 한다고 대대적으로 정책을 바꾸고 실행한지 어언 5년이 넘었습니다. 전 정부가 읽기나 문법 위주에서 말하기와 듣기 위주로 바꾼다면서 영어교육의 '대변혁'을 주창하였던거죠. 대학을 나와도 영어회화가 제대로 안 되는 현실을 감안하여 실용영어 중심으로 정책을 바꾼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영어 공교육을 활성화시켜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실용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여러 가지 정책을 실행해 왔죠. 그러나 여전히 실용영어 중심의 교육이 정착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전과 달리 영어로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정책이 실용영어 중심으로 바뀌고 이에 따른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실행되었지만 왜 기대만큼 되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자신감 부족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 부족의 이면에는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에 더해 실용영어의 중요성을 감지한 많은 부모들은 자녀의 영어공부에 대해서만큼 가장 우선적으로 투자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대감 역시 큰 것도 사실입니다. 영어를 완벽하게 하는 자녀를 기대하는 것이죠. 자녀가 영재일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확신과 더불어 투자한 시간과 금액에 대한 기대 보상이 자녀로 하여금 영어의 완벽한 구사라는 부담을 안깁니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겠다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잘 되지 않는 영어 구사 능력에 자녀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거죠. 이러한 스트레스가 자녀에게 자신감 부족으로 나타납니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영어가 필요한 상황을 피하게 만들고, 그러한 상황을 피하다 보니 자신감은 더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부모의 기대와 반대로 작동하는 것이지요.
입시위주가 아닌 실용영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잘 안됩니다. 학교에서의 시험방식이나 정책상의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는 부모의 실용영어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기대가 자녀의 자신감을 저하시키는 것이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시험방식이나 정책상의 문제를 바꾸는 것보다는 자녀의 영어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바꾸어 자녀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받아들이고 구사하게 만드는 것이 더 쉽고 빠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