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영어'라는 소재는 자주 등장합니다. 대개는 영어에 능통하지 못한 출연자가 외국을 여행하면서 겪게되는 불편한 에피소드들을 다루는 프로그램입니다. 문화가 다른 데다가 이를 헤쳐나갈 언어인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좌충우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도 바디 랭귀지를 포함한 기지를 발휘하여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한다는 것이 이런 프로그램의 결말내용입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MBC의 ‘진짜 사나이’는 영어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환경과 다른 생각을 갖게 하였습니다. 이전의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일곱 명의 연예인은 군생활을 위해 입영을 하였습니다. 같은 우리나라 부대였지만 이전과는 다른 환경을 겪게 되었습니다. 미군들과 한미연합훈련을 하는 번개부대원의 일원으로 1박 2일 동안 미군 병사들과 숙식을 같이 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 만나 서로를 소개하고, 야외 숙영지에서 전투식량으로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빌딩에 대한 소탕작전을 하고, 작전 후 작전에 대한 검토를 하는 시간까지 미군들과 함께 움직이고 함께 생활을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이전의 프로그램에서처럼 여행을 하면서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형 영어에 그치지 않고 전우들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는 전장에서의 영어사용환경이 방송된 것입니다. 생활형 영어에서는 바디 랭귀지를 포함한 기지로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했지만 이 경우에는 완벽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곱 명의 연예인은 그 어느 때 보다 말수가 줄었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가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던 수준으로 해외에서 커다란 불편 없이 여행하는데 맞춰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연령이 어느 정도 드신 분들이 영어를 하는 주된 목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그 수준을 목적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보다 더 집약된 환경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고, 완벽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을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진짜 사나이’의 연예인들이 경험한 목숨을 담보하는 전장 수준의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영어가 아니면 의사소통이 안되어 목숨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상황을 상정하고 그러한 각오로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모르긴 하지만 ‘진짜 사나이’에 출연했던 연예인들 대부분도 이번 에피소드 후에는 이전과는 다른 영어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 동안 이들이 겪었던 훈련은 주로 육체적인 어려움으로 이는 시간과 경험으로 어느 정도 익숙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영어 사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심적인 부담이자 심하면 자괴심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입니다. 10년 이상을 배웠다는 분명한 사실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 연예인들은 막연하게 생각했던 영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강력한 경험을 하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영어를 배울 때에도 이것이 아니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굳은 각오로 해야 기대했던 수준에 도달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진짜 사나이’가 주었던 교훈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영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로 여행을 위한 가벼운 목적도 있지만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하고 긴급한 상황에서의 유일한 도구이라는 것 말이죠. 그런데 무엇인가를 배울 때는 그 극한 상황을 가정하고 배워야 더 효과적이고 자부심이 더 생긴다는 것을 알려 준 것으로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