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개인이 가진 한계를 이유로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자아실현의 장인 사회생활에서 차별은 특정 개인의 꿈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자주 작용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차별을 경험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그러한 차별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모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생활 속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차별의 두 가지는 성(性)과 학력(學歷)입니다. 먼저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는 직장생활의 꽃이라고 하는 임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여성 임원 비율은 세계 최하위권입니다. 미국의 기업지배분석 기관인 GMI레이팅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9%에 불과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여성임원비율이 높은 노르웨이의 경우는 36.1%입니다. 이에 비하면 얼마나 적은 비율인지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신입으로 입사하는 남녀의 성비는 큰 차이가 없지만 임원비율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직장생활 속에서 남녀간의 차별이 있다는 반증입니다.
두 번째 주요한 차별은 학력에 의한 것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청년층 만 여 명을 대상으로 패널 추적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고졸 취업자의 취업 유지 비율은 88.4%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대졸 취업자의 90.5%가 취업을 유지한 것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비경제 활동 상태를 유지한 비율도 고졸자는 75.2%로 대졸자보다 높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임을 포함한 근로조건에서 학력에 의한 격차는 계속됩니다. 고졸자가 임원을 달기란 하늘에 별 따기 이상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여전히 이러한 두 가지 차별이 만연한 우리사회에 최근 신선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취업하기를 열망하고, 취직이 되도 경쟁이 치열하고, 그래서 아무나 임원이 될 수 없는 삼성전자에서 여성이자 고졸 학력자가 최초로 상무로 승진을 하였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전남 화순군의 작은 시골 출신으로 광주여상을 졸업한 양향자라는 분으로 삼성그룹 설립 이래 최초로 여성이자 고졸이 상무로 승진을 한 것입니다.
15세에 가장인 아버지의 별세로 대학 진학의 꿈을 접을 밖에 없었던 이 분은 상고 졸업 후 기흥 삼성반도체통신(현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맡은 업무는 대졸 연구원들의 업무를 돕는 이른바 ‘시다바리’였습니다. 매일 오전 7시 출근해 복사 일부터 연구원이 던져주는 반도체 회로를 도면에 그려내는 단순 업무를 반복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단순 업무 중에서도 ‘회로를 왜 저렇게 그리는지 알아야겠다. 더 배워야겠다, 더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래서 당시 반도체 업계 1위였던 일본 선진업체들이 일본어로 출판한 기술서적을 탐독하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대졸 연구원들의 텃세를 견뎌가며 매일 3시간씩 공부해 3개월 만에 가장 먼저 일본어 자격증을 따게 됩니다. 일본어를 잘하는 여사원이 있다는 소문으로 일본 서적을 번역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설계 업무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됩니다. 그 후 여사원은 뽑지 않았던 장애를 뛰어넘어 사내 기술대학 반도체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도 땄습니다. 이러한 도전은 업무에서도 계속 이루어졌고 마침내 삼성그룹 최초의 고졸 여성임원이 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가 한 사람의 특수한 상황에 처한 사람의 특별한 반응의 결과라고 간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의 사례가 적지 않은 교훈을 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에 팽배되어 있는 차별의 원인, 그것도 두 가지를 극복하였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차별에 맞서 도전하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주는 선례로 작용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런 차별의 대상이 아닌 평범한 누군가에게는 자각의 기회를 줄 것입니다. 과연 차별에 함몰되어 도전을 포기하고, 그 차별을 핑계로만 삼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명징한 교훈을 줄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단지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성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자라는 우리 자녀들에게도 적지 않은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차별을 만드는 사회를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것과 존재하는 차별에 맞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삶을 영위하라는 교훈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