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대한 교육부의 업무보고가 있었습니다. 보고 내용 중에는 영어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핵심은 어떻게 영어관련 사교육비를 줄이느냐는 정책안이었습니다. 대표적인 내용들을 보면 먼저 2015학년도 대입부터 학생부 전형 자기소개서에 토익•토플과 같은 어학성적이나 교과관련 외부 수상실적을 기재하면 ‘0’점으로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수능영어 과목을 쉽게 출제하여 사교육 의존도를 억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빈칸추론 문제의 축소 와 지문 분량 축소 등 영어 독해와 작문 및 심화 영어회화 영역도 축소 및 폐지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이니만큼 교육부로서는 심혈을 기울인 정책안이겠지만 발표 후 적지 않은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대학 수능 영어에 대해 시시콜콜한 지침을 내리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에서부터 이러한 정책으로는 근본목적이라고 하는 사교육의존도 축소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까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반론은 영어를 보는 시각에 대한 차이입니다.
영어는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세계어입니다. 특히 미래 우리나라를 짊어질 우리 자녀들에게 영어는 반드시 구사할 수 있는 언어여야 합니다. 시험에서 성적을 더 올리느냐 마느냐, 그리고 그것을 위해 사교육을 받느냐 마느냐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세계어인 영어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궁극적인 목적에 따라 수능을 포함한 영어시험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적절한 사교육 시장이 조성되고 운영되는지가 정책 검토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교육부의 영어교육에 대한 접근은 이러한 본질은 도외시한 시험 중심의 편협한 접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거기에 더해 이러한 정책안이 사교육 시장의 비대를 제어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그 시장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시험이 가진 주요 기능은 많은 수험자들을 우위의 기준으로 수열화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어 사교육 시장의 비대를 예방하기 위해 영어시험을 쉽게 제출한다면 영어부문에서의 우위 기준인 변별력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럴 경우 영어에서 찾지 못한 변별력은 다른 과목이 대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대체되는 과목의 시험은 어려워져야 합니다. 우위를 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험이 어려워지면 그 시험을 위한 사교육은 활성화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영어시험의 변별력을 떨어뜨린다고 해도 전체 사교육사 시장의 비대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정책안이 추구하는 일차적인 목적에도 부합되지 않는 내용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이번의 정책안들은 영어는 반드시 습득해야 하는 셰계어라는 궁극적인 본질은 간과되면서 그 정책의 목적이라고 언급한 일차적인 목적과도 거리가 있다는 반론이 수긍이 되는 이유입니다.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한다(百年之計)고 흔히들 얘기합니다. 물론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백년을 감안하여 모든 교육과 관련한 계획을 세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 과목이든 내용이든 그것을 왜 배우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 목적은 늘 명확히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