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대한민국의 학부모는 자녀를 서울대학교에 보내고 싶어합니다. 필생의 희망이자 삶의 목적이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자녀를 위한 거의 모든 투자는 궁극적으로 서울대학교에 보내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결과로 자녀를 서울대학교에 보낸 학부모는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그런 꿈을 이루지 못한 학부모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학교 졸업이라는 학벌이 갖는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 살다보니 서울대학교의 입시와 관련된 뉴스는 늘 모든 학부모의 높은 관심을 잡아끕니다.
최근 서울대학교 입시와 관련하여 교훈적인 뉴스가 있었습니다. 201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유일하게 자연계 만점을 받은 수험생이 서울대 의대 정시모집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는 이번 수능 만점자 33명 중 유일한 자연계 수험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울대 의대 정시에서 탈락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제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면 서울대학교 그 어떤 과도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이변이 생긴 것입니다.
해당 수험생이 수능에서 만점을 받고도 서울대 의대에서 탈락한 이유는 ‘다면 인•적성 면접’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울대 의대 정시는 수능 60%, 구술면접 30%, 학생부 10%를 반영합니다. 그런데 이 구술면접이 70분 동안 다면 인•적성 면접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수험생은 각기 다른 과제가 주어진 6개의 방을 10∼20분씩 차례로 돌면서 치르는 전형입니다. 방마다 지시문 숙지 시간 2분을 주고 질의응답을 8분 동안 진행합니다. 그런 후 두 번째 면접에서는 지시문을 10분 동안 읽고 10분간 프레젠테이션을 합니다. 그 과정의 방마다 의대 교수 2명씩 총 12명의 교수가 수험생을 평가합니다. 평가는 고민 상황을 부여하는 상황극과 창의력 면접 등으로 이를 통해 학력 외적인 요소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서울대에서 시험성적만으로 선발하던 전형 방법이 바뀐 것은 2011년부터입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의대생 선발에 활용하던 방식을 도입하여 일부 우리 사정에 맞게 수정하여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식 일변도로 의대생을 선발하던 제도에서 이렇게 바뀐 것에 대한 정확한 취지를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의료계가 갖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할 때 높은 지식 수준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으로 사람됨이 중요하다는 경험에 따른 것은 아닐까 추측을 해 봅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에서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인품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이번에 자연계 만점으로 불합격한 뉴스의 당사자의 언급에서도 감지할 수가 있습니다. 응당 서울대 의대에 합격할 것으로 자신하였던 그는 SNS에 “저도 성격 괜찮다는 말 듣고 살았는데 떨어졌다는 건 저보다 인품이 더 좋은 사람들이 의료계에 많이 왔다는 걸 뜻할 수도 있어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다”라는 소회를 님긴 것입니다. 이 소회를 보면 인품이 서울대 의대생을 선발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 소식은 개인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목적은 더불어 사는 곳에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성적이라는 잣대를 통해 파악하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 지식이 다른 사람과의 공생공영을 위해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는 철학 때문입니다. 여전히 많은 학교나 학부모가 지식 일변도로 학생과 자녀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서울대 의대의 입시 사례가 일반화되지 않은 특수한 한 번의 사례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가 점차 확산되기를 희망 합니다. 그래야 자녀의 서울대 진학을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학부모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것이 교육을 합목적적인 방향으로 가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의 결과가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