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처에서 ‘창조’, ‘창의’와 같은 단어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국가 경제적으로는 저성장기에 접어든 우리 나라의 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모든 정책의 기조로 삼은 이유입니다. 개별 기업적으로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는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로서 창의력 있는 인재를 말합니다. 다른 경영자원에서는 차별화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유일한 경쟁우위 요소가 창의력 있는 인재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제적 추세에 따라 교육에서도 창의성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학교는 물론 모든 사교육관련 기관들도 창의성을 자신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로 말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성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육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적으로 창의를 강조하다 보니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자녀의 창의성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너도 나도 자녀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대열에 뛰어듭니다. 관련 책을 사서 읽게 하고, 창의성에 좋다는 약을 먹이고, 창의성을 높인다는 사교육에 자녀를 보냅니다. 모두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 대열에 참가한 부모들은 이러한 방법으로 자녀의 창의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말이죠. 창의성을 키운다는 사교육 기관들이나 제약회사들의 광고나 홍보의 영향 탓이겠지만 실제로 그것을 믿는 것 같습니다. 창의성은 머리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맹신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창의성은 관련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관련된 약을 먹으면 정말 쑥쑥 커질까요? 창의성은 머리가 좋아지면 충분할까요?
이러한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창의적이었던 선현들을 보거나 가장 획기적인 제품들의 창의성은 다른 차원의 결과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머리가 창의적이었던 선현이나 획기적인 제품을 탄생하게 했던 전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 하나만 보죠.
한글은 우리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산물입니다. 그리고 그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역시 가장 창의적인 임금이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임금이 만든 가장 창의적인 한글은 좋은 머리로 창제된 것이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시작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넓은 사랑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글창제 이유를 밝힌 훈민정음 서문에는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딱하게 여겨 28자를 만들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백성에 대한 깊은 관찰을 통해 이들이 가진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한글창제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좋은 머리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깊은 관찰과 연민이 우리 나라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산물의 근본이었다는 것이죠.
이러한 사례는 단지 세종대왕 시절의 창의적인 발명품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동서고금 대부분의 창조물은 이렇게 사람에 대한 연민과 이해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전구를 포함한 에디슨의 발명품은 물론 전화, 자동차, 비행기 등등. 모든 창조적인 제품들은 사람들을 근접 관찰하고 그들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좋은 머리 이전에 인간에 대한 사랑이 창조의 시작이라는 것이죠.
그럼에도 지금 들불처럼 번지는 창의성은 이와는 다릅니다. 사람에 대한 관찰과 이해를 통해 그들이 가진 고민을 해결하려는 연민이 창조의 근본이라는 관점은 간과되고 있습니다. 오직 좋은 머리를 만들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방법만을 가르칩니다. 이것이 창의성을 함양하는 유일한 방법인 냥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이 유일한 방법을 습득하기 위해 진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팽배되어 있는 개인주의가 더 강화되고 그것으로 인해 진정한 창의성의 시작인 사람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결국 창의성에 대한 강렬한 희구에도 불구하고 창의성이 함양될 수가 없게 되는 것이죠. 본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창의성이 경쟁우위 요소인 것은 분명합니다. 향후에는 더더욱 그러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자녀가 창의성을 갖추는 것은 실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좋은 머리로만, 혹은 창의적인 사고방법으로만 갖춰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보다는 먼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 그리고 그들에 대한 연민이 근본이자 시작입니다. 우리 자녀가 창의성 있는 인재가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 자녀가 어떻게 사람을 보는지를 먼저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