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포털 ‘귀족알바’가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전적인 측면에서 부모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냐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대학생 647명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에서 첫 번째 질문은 ‘결혼 시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을 받을 생각’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질문에 71.4%가 받는다라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43.8%는 결혼 후에도 필요하다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계획이라고 답을 하였습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는 ‘모아 둔 돈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가 46.6%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고 이어 ‘부모님이 도와주시겠다고 해서’가 36.9%, ‘결혼생활을 좀 더 편하게 시작하고 싶어서’ 15.3% 순이었습니다. 결혼 시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은 ‘신혼집 마련’이 55.4%, ‘결혼식 준비자금(예물, 혼수용품, 식장 등)이 30.7%이었습니다. 반면 결혼 후에도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은 ‘생활비 등 경제적 도움’이 46.8%였고, 이어 ‘육아 관련’이 29.4%, ‘가사일 관련’ 12.6%, ‘재테크 관련’ 8.7% 순이었습니다.
이 설문 결과는 우리의 시대상을 반영한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씁쓸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학교만 마치면 자녀를 독립적인 주체로 분가시키는 서양 문화와 비교하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독립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서양 문화가 모든 측면에서 다 좋다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지게 하는 관점에서는 훨씬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인생은 자신의 책임으로 준비하고 영위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자신의 행복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궁극적인 존재 목적인 것입니다.
부모 역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독립적인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자녀의 인생 전체를 함께 할 수 없다는 시간적인 한계도 있지만 부모 역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연로할수록 개인의 행복추구권은 더 보장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자녀들은 부모라는 멍에를 거의 한 평생 벗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결혼은 물론 결혼 후에도 생활비로, 육아로, 가사일로 그리고 재테크로 부모에게 의존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주체로서가 아니라 의존하는 객체로서 자신들의 미래를 예정해 놓고 있는 것입니다.
몇 차례 언급하였지만 이러한 자녀들의 사고방식에는 부모의 책임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의 인격을 형성하는 성장 과정에서 독립과는 별개의 관계맺기와 훈육을 해온 당사자가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자녀를 독립적인 주체로 성장시키는 것보다 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자녀의 삶을 주도하였으니 독립적인 주체로서 인식을 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에게 의존하는 자녀를 보고 부모로서의 역할에 자족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독립적인 자녀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최고 학부의 대학생이 되어도 자신들의 인생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성숙되지 않은 객체만 남게 된 것이죠.
‘귀족알바’의 설문 조사 결과는 단순한 시대상의 반영이라고 넘길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추구에 대한 얘기이자 성숙한 인간 역할에 대한 얘기이며 롤 모델로서의 인생살기에 관한 중요한 주제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라 해도 각자의 행복한 인생이 우선이 되어야 하며 그것이 성숙한 인간이 가진 바람직한 인식이자 가치기분이 되어야 하고, 그런 삶을 사는 부모의 모습에서 삶을 배워 자녀의 자녀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씁쓸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고 과연 우리 자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녀에게는 독립적인 주체로 성장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는지도 되돌아 보아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