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렇게 인생을 살아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모든 부모들이 자녀에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라고 말합니다. 인생은 즐겁고 기쁜 일만 생기는 것이 아니고 슬프고 어려운 상황도 많이 발생합니다. 그럴 때 긍정의 힘을 가진 사람이 역경을 빨리 치유한다는 것을 부모들은 경험으로 배워왔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경험을 교훈으로 자녀에게 알려줍니다, 긍정의 힘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근본이 된다고 말이죠. 그래서 긍정에 관한 책도 읽게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긍정적인 삶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질문에 따라 인성이 형성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어떤 유형의 질문을 자주 받느냐에 따라 인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질문을 받게 되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생각하고 의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동일 혹은 유사한 질문을 자주 받게 되면 그 질문에 답을 하는 사이 그 질문에 합당한 인성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질문의 힘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긍정의 힘을 기르라고 강조하면서 평소에 자주 하는 질문은 이와 상반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가족은 바쁩니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바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바쁜 스케줄이 동반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부모와 자녀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다른 나라보다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깊이 있는 얘기를 하지 못하고 만나면 안부 정도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는 부모가 자녀에게 안부를 묻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안부 인사에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부모가 자녀를 만나면 대부분 하게 되는 안부 인사는 ‘별일 없니?’입니다. 무심코 던진 이 ‘별일 없니?’가 그 동안 부모가 자녀에게 강조해온 삶에 대한 긍정적인 관조와 배치된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물어보는 ‘별일’은 긍정적인 특별한 일을 물어보는 것이 아닙니다. 부정적인 무엇을 물어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로부터 ‘별일 없니?’라는 질문을 듣게 되면 자녀로서는 최근 자신에게 발생된 부정적인 어떤 사건이나 사고를 떠올리게 됩니다. 사람은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에 합당한 대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생각하고 떠올리는 것들은 자신에게 최근 발행하였던 부정적인 것들입니다. 어떤 것은 이미 지나서 잊어버린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애써 잊으려고 노력한 것도 있는데 부모의 질문으로 그런 상황을 다시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질문으로 부정적인 생각과 기억들이 인식의 세상으로 떠오르는 것이죠. 이런 순간이 되면 삶은 긍정보다는 부정으로 보입니다. 부정의 인식이 지배되기 때문입니다.
자녀를 만날 때마다 ‘별일 없니?’라고 반복되게 질문한다면 자녀의 삶을 보는 관점이 긍정적이 될까요? 부정적이 될까요? 부정을 대답하도록 질문하면서 긍정의 생각을 갖게 할 수는 없습니다. 가르침으로는 자녀에게 긍정의 힘을 기르라고 말하고 강조하면서 일상에서 자주 하는 질문은 그 반대의 삶을 캐내고 묻는 질문을 하게 되는 모순을 만드는 것입니다. 자녀가 긍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질문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