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대학교 3, 4학년 학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학습시간에 관한 조사를 하였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평균 8.89시간을 주간에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다소 놀라운 결과는 그들이 자신의 전공보다도 영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8.89시간 중에서 3.94시간을 영어에 투자하여 가장 많았던 것입니다. 이어 공무원 시험 공부(2.40시간), 전공 공부(1.98시간), 제2외국어 공부(0.51시간), 교육훈련(0.10시간) 순이었습니다.
또한 이들이 사용하는 사교육비용 역시 조사를 하였습니다. 개인별로 연간 평균 20만5000원을 사용하였는데 이중 절반에 달하는 10만2000원을 영어 교육에 지출하였습니다. 반면 전공공부는 영어 교육 지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만8000원을 투자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이들 대학생들이 갖는 몇 가지 현실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취업이 초미의 관심사라는 사실입니다. 둘째는 취업에서 전공보다는 영어실력이 더 차별화되는 영역일 것이라는 그들의 인식입니다. 셋째는 취업 중에서도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는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들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인생의 목적은 취업이고, 그 취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차별점은 영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몇몇의 기업들이 대졸 사원들의 채용 절차에서 과거와 달리 영어를 중요시 하지 않겠다는 뉴스가 간간히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끔의 뉴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영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이 조사에서 알 수 있습니다. 영어를 중시하지 않겠다는 기업의 발표에도 구직자들인 대학생들은 영어를 경쟁력의 가장 기본적인 차별점으로 생각하고 있는거죠. 왜 그럴까요?
아마 두 가지가 원인 아닌가 생각합니다. 먼저 기업들이 채용절차에서 영어를 중요시하지 않겠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여전히 영어를 중요한 요소로 감안하는 발표와 현실의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영어를 중시하지 않겠다는 일부 기업들의 발표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결정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압력에 의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됩니다. 전 국민이 과도하게 영어 공부에 사용하는 천문학적인 사교육비용을 줄여보기 위한 정부가 기업들에게 채용에서 영어를 중요한 선발기준으로 삼지 못하도록 음으로 양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의심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실제로는 영어를 채용의 기준으로 삼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발표하고 있다는 의문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취업하면 영어를 떠올린다는 것이죠.
또 하나는 글로벌 환경에서 영어는 필수불가결한 성공요소임은 틀림없다는 명징한 사실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채용선발 기준으로 영어를 감안하지 않는다고 천명하더라도 영어는 현 시대에서 성공하기 위한 분명한 성공요인인 것입니다. 특정기업 취직 여부를 떠나 자신의 꿈을 이루는 현재 상황은 글로벌 환경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무기의 하나는 글로벌 언어인 영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취직이든 개인적 성공을 위한 것이든 영어는 필요요소가 분명한 것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배경에서 대학생들이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많다고 탓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들이 시간적으로 비용적으로 투자하는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느냐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전공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사용하고,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는 만큼 꼭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효과를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로벌화를 벗어날 수 없는 숙명적인 환경에서 특정 기업에의 취직이나 개인적인 활동에도 꼭 필요한 영어는 제대로 배워야 사회적인 낭비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사처럼 젊은 대학생들의 현재 투자 행동이 뉴스가 되기 보다는 그들이 과연 효과를 얻었느냐에 대한 것이 뉴스가 되어야 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