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생님 한 분이 갑작스럽게 쓰러졌습니다. 심근경색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쓰러진 후 너무 늦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을 시에는 응급처치를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의식은 돌아오지 않고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습니다.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들과 문병을 가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소식이기에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알았는지 학생들의 일부가 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업에 들어간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은 그 소식이 사실이냐고 묻곤 하였습니다.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학생들이 궁금해 하면 선생님에 따라 간단하게 내용을 알려주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랄 반응을 보인 학생이 있었습니다. 한 교실에서 수업에 들어간 선생님에게 학생들이 그 소식을 물어와 짧게 내용을 전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쓰러져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있고 아직 언제 의식을 회복할 지 모른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한 학생이 차마 사실일까 라고 의심이 들만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에이~씨, 그럼 내 과학고등학교 진학에 필요한 추천서는 어떻게 되는거야? 그 쌤이 써야 하는데…’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반응을 목격한 선생님은 차마 어떤 애기를 해야 할 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너무 충격적인 반응이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성적으로 상위권에 속해 평소 선생님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던 학생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쓰러진 선생님은 그 학생을 평소에 잘 챙겨 주었고 그래서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학생이 그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공감하지 않지 자신의 이해만 따지고 있었던 것이죠.
성적이 상위든 아니든 보통 사람이면 이런 소식에 안타까움을 우선적으로 표해야되는 것은 아닐까요?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도 누군가 본의 아니게 안타까운 환경에 처했다고 하면 연민을 느껴야 되는 것은 아닐까요? 하물며 가까운 사람, 자신을 챙겨주었던 선생님, 그리고 단순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닌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는 무엇보다 그 분의 안부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그런데 이 학생은 자신이 상급학교에 가기 위해 필요한 추천서만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거기에 좋지 않은 언사로 말이죠.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해당 학생의 행동이 정상적이라고 문제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 잘못되었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학교에서의 지도가 잘못된 것일까요? 인성 함양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주는 가정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까요? 이런 인성의 학생이 성적이 높아 좋은 상급학교로 진학하고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면 이것이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일까요?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모습일까요?
갑자기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선생님의 모습이 제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선생님들의 불안과 안타까움에 이러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인 학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