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건강증진재단이 전국 14세에서 19세까지의 남녀 중고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건강에 대한 인식과 실태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우려할 만한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청소년의 29.1%가 최근 한 달 동안 심한 우울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청소년의 64.5%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중 33.2%는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유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20.7%), ‘성적에 대한 부담’(20.5%), ‘외모’(17.3%), ‘부모님과의 갈등’(15.5%) 순서였습니다.
‘살아 있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청소년도 51.6%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삶의 회의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겠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겨우 11.9%에 그쳤습니다.
청소년 중 21.3%는 ‘힘들 때 소통하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나마 힘들 때 소통하는 사람으로는 친구가 45.7%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청소년들이 심한 우울감, 두려움, 신경과민 등의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스트레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삶에 회의를 느낄 정도의 극단적인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어도 그 어려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지 않습니다. 그나마 대화하는 사람은 친구라고 합니다. 그 어디에도 그들이 가진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우선적으로 찾아야 할, 그래서 꼭 필요한 ‘가족’은 없습니다. 오히려 가족과의 갈등이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가중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칠 따름입니다. 모든 청소년에게 그렇지는 않겠지만 가족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이 연구 조사결과에 일관되게 흐르는 중요한 메시지가 아닌가 합니다.
청소년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인 ‘미래에 대한 불안’, ‘성적에 대한 부담’은 가족이 주는 것들이자 해결 역시 가족이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미래에 대해서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청소년기에 그 불안함에 더한 위협으로 불안을 가중케 하는 존재도 가족이지만 그 불안함의 정도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존재 역시 가족입니다. 성적에 대한 부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성적을 압박하는 일차적인 존재도 가족이지만 성적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어 주는 것도 가족입니다. 가족이 제 역할을 다한다면 청소년이 갖는 가장 큰 스트레스 원인을 주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가졌다 해도 그 정도를 낮출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누차 언급하는 것이지만 청소년기는 미래를 위해 성장기입니다. 그리고 이 성장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가족, 특히 부모입니다. 불안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은 그들을 안정시키는 것도, 반대로 더욱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도 부모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많은 부모들이 다 아는 얘기라고 손사래를 칩니다. 청소년기의 스트레스도 다 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다고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건강증진재단의 최근 조사를 보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해져 감을 알 수 있습니다. 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청소년들로 하여금 삶에 회의를 느끼지 않게 하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고민이 있을 때 우선적으로 생각나서 소통할 수 있는 존재로서 부모를 찾고 있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