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취향으로 인식해야 하는지 예의에 관한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지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독특한 취향이라면 인정해야 하지만 그것이 예의에 관한 문제이면 이에 대한 조언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발생합니다.
남학생 한 명이 있습니다. 지난 학년에 그 학생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더운 여름 해당 선생님께서 반 학생들의 더위를 식혀주려는 긍정적인 의도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료를 사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제품은 매우 인기가 많아 학교 매점에서 잘 팔리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문 했을 때 그 제품의 일부분은 냉장고에 들어 있어 차가운 것이었지만 일부는 상온에 있던 것이었다고 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냉장고에 보관된 음료를 원하였던 것은 당연하였죠. 하지만 차가운 음료의 숫자는 반 학생 전부에 미치지 못해 일부 학생들은 상온에 보관되었던 음료를 받아야 했다고 합니다. 그 남학생이 그 상온에 있던 음료를 받게 된 학생이었구요.
상온에 보관되었던 음료를 받았던 학생들은 처음에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하고 맛있게 마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그 음료를 가지고 나와 선생님 교탁에 올려 놓으며 ‘저는 이 OOO 안마십니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가급적이면 그 학생의 특정 제품에 대한 선호 여부를 감안하여 이해해 보려 했지만 예의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역시 예의에 대한 문제라고 인식했지만 전해 들은 것이라 정확한 상황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학생이 이번 학년 우리 반이 되었습니다. 평소 관찰에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지는 않아 지적이나 조언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의문이 드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최근 학생들이 외부활동을 하게 되었을 때 지시를 잘 따라주어 소위 ‘한턱’을 쏘게 되었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오는 학생들도 있어 아침을 제공하기로 하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 아침 메뉴를 알아 보았습니다. 학교 근처 몇 군데의 패스트푸드 점에 전화를 걸어 다수의 아침 메뉴가 가능한지 물어보았습니다. 배달이 안된다고 하여 당일 날 출근 길에 이를 픽업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하였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감사하다고 하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물론 일부는 포장지의 당해 브랜드를 보고 좀 더 비싼 세트 메뉴를 기대했는데 실망했다는 가벼운 불만을 하기도 했지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학생만이 당해 메뉴를 들고 나와 교탁에 올려 놓더니 ‘저는 OOO은 먹지 않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순간 당황하였지만 그 학생의 취향을 인정하려 했습니다. 알았다고 하고 그 반납한 메뉴는 더 먹겠다는 다른 학생에게 추가로 제공하였던 것입니다.
이 학생의 행동은 특정 제품에 대한 개인취향이라고 가볍게 여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전 학년에서는 음료로, 이번에는 다른 학생들은 모두 좋아하는 메뉴로 동일한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의 특정한 상품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인 것인지, 다수 속에서 튀어 보려는 과장된 행동인지, 아니면 감사함을 모르는 예절에 대한 문제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어떤 것이라도 해도 그의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령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것이라 해도 많은 학생들이 맛있게 먹고 있는 상황에서 그 상품을 들고 나와 큰 소리로 말하며 탁하고 놓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상품을 제공한 사람에 대한 감사는 물론 다른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취향의 문제라고 백 번 양보해도 결국은 예의가 없다는 것에 귀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만약 그가 그를 내세우기 위한 과장된 행동이었다면 이는 더 큰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별다른 제재나 지적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수의 학생 속에서 어떤 제재나 지적을 할 경우 본인이 원하는 자신에 대한 왜곡된 특별함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 판단되었습니다. 아직은 그의 행동이 패턴인지 별개의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좀 더 지켜 보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행동이 결코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에 대한 가르침은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