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습니다. 절기 상으로는 입추를 지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무더위는 극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국가재난 안전처가 폭염에 조심해야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전 국민에게 보낼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학교는 에어컨을 틀지 않습니다. 교무실은 물론 교실도 그렇습니다. 선생님들은 물론 학생들도 무더위에 지칠 대로 지칩니다. 수업시간에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합니다. 점심시간에는 더위로 식욕이 달아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도 못합니다. 폭풍 같은 식욕을 자랑하는 나이도 무더위에는 맥을 추지 못합니다.
전기를 아낀다는 것도 좋습니다. 교육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학습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어려움도 겪어 봐야 한다는 것도 수긍이 됩니다. 그리고 이외의 다른 이유들이 이 무더위 속에서도 에어컨을 켜지 않은 이유들로 거론될 것입니다. 모두가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좀 심한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이유들로도 학교가 가진 존재목적을 우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배움을 가르치고 받는 곳입니다. 그런데 다른 그럴 듯한 이유로 그 근본 존재목적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성장해야 할 학생들의 건강에 해가 되고 있습니다. 근본 목적은 도외시된 채 다른 이유들로 이를 합당화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다른 그 어떤 규칙이나 상황 혹은 여건은 방치에 가까우면서 이런 무더위로 학생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길러질까요? 감정의 상충으로 인한 갈등에 대해 그 어떤 제재의 여건도 마련하지 않으면서 감정의 분출을 조장하는 이런 상황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모습일까요?
주 5일 수업도 좋고, 수업시수를 맞추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은 행정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은 교육이 갖는 근본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나 이 무더위가 계속될 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무더위로 학교가 갖는 근본 목적을 이행하는데 방해가 되는 상황은 방치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